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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대학의 역할    
  Hit : 142, Date : 2016/12/13 11:16

한중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대학의 역할

 

文興鎬(漢陽大 中國問題硏究所長)

 

 

 

. 서론

 

20136월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의 핵심 키워드는 관계발전의 내실화와 미래 지향적 가치·비전의 공유와 계승이었다. 이는 양국 정상이 기존의 확대 일변도 교류정책을 지양하고 교류협력의 질적 제고와 미래 지향적 차원의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사실 한중관계의 발전을 지속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과를 미래 지향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특히 한중관계는 전진과 퇴보의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차원의 관계발전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양국이 보다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관계발전의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한중 양국이 직면한 이러한 공통의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정책적 고려와 판단이 중요하지만 한중관계의 중요한 부분을 점하고 있는 각 분야별 기관과 조직의 문제의식과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중관계는 이미 국가차원에서 모든 것을 기획·추진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설사 국가가 모든 분야를 통제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가의 전방위적 관여와 과도한 통제는 오히려 한중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민간차원의 자율적이고 유연한 교류협력이 확대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본 논문은 양국의 대학이 과연 한중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에 중점을 두어 양국의 대학이 추구해야 할 정책적 고려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인문유대 강화와 교육·연구 분야의 교류 확대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사실 이는 대학 본연의 기능으로서 다른 기관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이다. 둘째, 청년교류 확대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핵심 현안으로서 유학생 정책·제도의 정비 필요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중국과 한국에 유학하고 있는 양국 청년들은 한중관계의 미래를 좌우할 소중한 인재들이다. 셋째, 배타적 민족주의 억제와 공동의 가치·정신 함양을 선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한다. 동북아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는 이미 역내 주요 현안의 객관적 이해와 합리적 해결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역시 양국의 대학이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 인문유대 강화와 교육·연구 분야의 교류 확

 

수교 이후 한중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은 민간차원의 다양한 교류협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향후 한중 민간교류의 우선적 과제는 민간교류의 저변을 면밀히 점검하고 부정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양국관계 발전의 긍정적 에너지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중 양국은 최근 각국이 민간교류 과정에서 자국의 긍정적 이미지와 문화적 자산을 일방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급급한 양상에서 탈피하여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동의 정신과 가치를 창출하고 상호이해와 유대감을 강화하는 양방향의 균형적 민간교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어느 국가를 불문하고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동의 가치와 미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류협력의 동력이 소진되고 심지어 확대 심화된 관계가 오히려 상호관계의 저해 요인으로 변질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서로가 공감하는 미래상을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관계는 결국 대립, 갈등의 국면을 면치 못한다. 한중 양국 지도자가 양국민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국민 체감적인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단순한 교류차원을 넘어 상호 공감대 형성을 위한 문화적, 정서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양국의 대학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교육·연구 분야의 체계적인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양국의 대학이 중심이 되어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평화·공영(平和·共榮)의 주역으로서 인문학적 상호 이해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양국의 인문학자들만의 학술교류나 간헐적이고 과시적인 관주도의 문화 행사, 관광교류의 양적 팽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양국민의 이해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가치, 정신을 모색해야 하며 이러한 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은 양국의 대학이다.

한편 한중간 인문학적 교류의 제도적 장으로서 중국의 공자학원’(孔子學院)은 긍정적 활용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의 대학과 한국의 대학이 상호협력하여 운영하고 있는 공자학원을 통해 양국 청년들의 인문학적 상호이해를 제고할 수 있다. 물론 공자학원이 중국의 문화와 가치를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는 비판적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실행 초기의 과도한 의욕이 초래한 일부 부작용이며 최근에는 중국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사례를 들면 중국 길림대학(吉林大學)과 한양대학이 공동 운영하고 있는 공자학원의 경우 기존의 운영방식을 바꾸어 두 대학이 긴밀히 협력하여 양국민의 쌍방향적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중국 측이 제공하는 중국의 언어, 역사, 문화 등의 학습과정을 천편일률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운영의 양대 주체인 길림대학과 한양대학이 다양하고 실용적인 교과과정을 논의하여 운영함으로써 중국인 유학생을 포함한 소속 대학의 학생, 교수, 교직원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작업과 함께 한국과 중국의 대학은 현재 극소수 대학, 연구기관, 학자 차원에 머물고 있는 연구 부문의 상호 교류·합작을 순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양국의 대학 소속 연구소간 공동 연구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기존의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협력을 자연과학, 의학, 공학 등의 분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자연과학, 공학 등의 연구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 추이에 주목하여 한국정부는 한국연구재단(Korea Research Fund)‘GRN’(Global Research Network) 사업,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해외 정책연구지원 사업등을 활용하여 한중 양국 학자들의 공동연구, 기획연구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교류는 정치, 안보, 역사 분야의 민감한 현안을 다룰 수 밖에 없는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 비해 가치중립적 차원에서 학문적, 기술적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 청년교류의 확대와 유학생 정책·제도의 정비

 

 

한중 수교 이후 인적 교류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한국과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 유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에 유학하는 한국인 학생과 한국에 유학하는 중국의 학생이 각각 6만 명에 달하는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민간교류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중관계의 미래를 담당할 청년 유학생들의 증가는 민간교류의 새로운 양상이며 상호이해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상호 유학생 증가 과정에서 부정적인 문제들이 초래되고 있으며 이를 세심하게 개선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유학생 교류 확대의 단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학생 관련 정책과 제도를 재정비함으로써 유학생 교류를 향후 양국관계 발전의 건강한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은 한중 민간교류 확대의 긍정적인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정적 요인들이 야기됨으로써 이를 방치할 경우 양국관계 발전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의 중국인 유학생이 중장기적 측면에서 대 중국 민간외교, 공공외교의 핵심적 자원이라는 인식하에 이들이 한국을 보다 이해하고(知韓), 좋아할 수 있는(親韓) 교육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즉 중국인 학생들이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호감을 갖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정부, 대학 차원에서 유학생 유치정책을 양적 측면보다는 질적 측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일부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단순히 대학의 재정확충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 셋째, 양국의 각 대학들이 유학생의 입학 이후 학사관리, 복지, 생활지도, 취업 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방대한 유학생들이 한중 관계발전에 건설적, 교량적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는 오히려 각종 인터넷 공간에서 배타적 민족주의, 애국주의로 무장하여 자신들이 유학했던 상대국을 앞장서서 비난하는 소위 사이버 민족주의자’(Cyber-nationalist)로 변신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로 한··일의 인터넷 공간에서 상대국을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청년들의 상당수가 그 국가에 유학했던 학생들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 대학, 교수, 동료 학우에 이르기까지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유학생 정책과 관련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각 대학의 유학생 수용, 교육, 지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요구 수준에 미달한 대학에 대해서는 유학생의 입학 정원을 축소 조정하고 있다. 또한 각 대학별로 중국인 유학생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별도 운영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들 유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함께 공부하는 동료 학생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결국 한국에 호감을 갖고 유학하고 있는 중국 청년들을 한국통’(韓國通)으로 육성하고 중국에 유학하는 한국 청년들을 중국통’(中國通)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식 변화와 정책적 지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백년대계’(百年大計)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한중관계의 미래 100년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양국 청년 유학생들에 대한 교육, 지원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

 

 

. 배타적 민족주의 억제와 공동의 가치·정신 함양

 

동아시아의 부상은 21세기 국제질서의 주요 현상이다. 특히 중국의 강대국화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대조를 이루며 이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한··3국에서 민족주의 정서가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민족의 강성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배타적 민족정서가 역사, 영토, 문화 갈등을 촉발하고 이것이 다시 민족주의를 격화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민족주의 정서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민족주의의 정치화’(politicization of nationalism) 경향으로 역내의 고질적인 역사, 영토, 문화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한··일의 청년들조차 인터넷 공간에서 배타적인 사이버 민족주의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민족주의 정서가 확산된 배경은 첫째, 중국의 급격한 굴기’(崛起)에 따른 중국인들의 정서적 변화를 지적할 수 있다. 중국의 강대국화와 더불어 많은 중국인들이 중화주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등의 의식을 갖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대외적으로 영토, 주권, 안보 등 국가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일종의 대국주의, 배타주의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둘째, ‘당 국가’(party state) 체제의 안정과 대내적 결집을 위한 중국정부의 정치적 고려 역시 중화주의, 민족주의 확산의 한 원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이룩한 국가의 부강과 민족의 진흥은 더없이 소중한 것이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중국 모델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 등에 대한 자부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사회주의 이념의 국민 통합적 기능을 보완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절대 다수 노동자, 농민들의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중화주의, 애국주의를 과도하게 표방할 경우 대외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최고의 국책(國策)으로 추진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는 과정이 대외적 팽창보다는 사회적 공평과 정의 실현, 민생 개선 등 대내적인 차원에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인터넷 이용자의 급속한 증가 등 변화된 중국의 정보통신 환경이 위에서 언급한 요인들과 결부되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이버 민족주의의 활동 공간을 급격히 확장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기능과 함께 특정 사건과 연계된 주변국과의 상호비방 등 부정적인 기능을 증대시키고 있다.

한편 한국 역시 민족주의, 애국주의적 정서의 확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남북관계, 주변국관계 등과 결부된 배타적인 경향이 간헐적으로 고조되었다. 특히 일본 정부 및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앞 다투어 민감한 과거사,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대한 자국 중심적 입장을 제기하면서 한·일 간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논쟁이 격화되었다. 또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증대된 북한의 핵실험과 군사적 도발 등으로 인한 돌발적인 사안의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모호한 입장에 대한 한국민들의 서운함으로 인해 한중간의 갈등이 야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한중간의 현안인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문제, 유교 문화권이 공유하고 있는 각종 민속 행사와 관련된 문화 주권 논쟁, 서해상의 중국어선 불법 어로 행위와 관련된 물리적 충돌, 탈북자 문제의 논의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바로 이러한 배타적인 민족주의 확산 추세는 한중 양국의 대학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즉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을 교육하고 있는 양국의 대학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배타적, 공격적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더 나아가 동북아 공동의 가치와 정신을 함양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자국의 편협한 이해관계에 집착하여 국민 여론과 정서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동북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물론 자민족 중심의 사고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고 특히 미국의 트럼프(Donald Trump) 신행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강도 높게 추구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한중 양국의 대학이 다음과 같은 점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첫째, 동아시아 민족주의의 확산이 많은 경우 정치 지도자들의 정략적 고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민족주의의 정치화를 차단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계산된 관주도의 민족주의 구호에 대학이 부하뇌동해선 안 된다. 둘째, 한중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증가에도 불구하고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저하되는 이상 현상을 치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류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발전에 주력하고, 자국 문화의 일방적 전파에 급급하기보다 공동의 정신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한국과 중국에 유학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촉매제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이들의 상호 인식을 정치·역사·과거 코드로부터 경제·문화·미래 코드로 전환시켜야 한다.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과거의 불행한 역사와 이념적 대립을 후세에 대물림시켜서는 안 된다.

 

 

. 맺음 말

 

동아시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족주의, 애국주의적 경향은 한중 양국이 추구하는 가치, 비전의 공유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사실 한중 양국이 자국의 우수한 문화유산과 발전성과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유교 문화권의 상호협력과 문화적 공감대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동아시아의 민족주의, 애국주의적 경향은 상생과 공영을 지향하기 보다는 상호 갈등과 대립을 촉발, 확산시키는 부정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한중간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관련 문제는 한일, 중일관계에 비해 그 정도가 미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한중관계를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관계로 변질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중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공동의 가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상호이해와 신뢰를 구축해가야 하며 대학이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실천하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특히 양국의 대학은 윈-의 한중관계 미래상을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공동으로 수립,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점은 첫, 대학이 솔선수범하여 확대 일변도의 정책으로 일관했던 민간차원 교류협력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상호 관계발전의 장기 목표에 의거하여 양적 확대보다는 내실 있는 인문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둘째, 인적 교류의 핵심적인 부분인 청년교류의 건전한 확대 발전을 통해 한중관계는 물론 동아시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의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한중이 공유할 수 있는 정신과 가치를 계발하고 이에 기반한 양국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학계간의 상시적 논의 통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중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과 평화·공영의 공동체 형성은 자칫 실효성 없는 외교적 수사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사람에게나 국가에게나 가치와 정신을 공유한 진정한 동반자 관계는 결코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