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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당선과 중미관계의 변화와 지속    
  Hit : 155, Date : 2016/12/13 11:14

트럼프의 당선과 중미관계의 변화와 지속

 

우여곡절 끝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가 보였던 저급한 언행은 이미 지난 일이 되었고 세계 각국은 그와의 접촉 채널 탐색과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그가 표방한 정책의 차별성이 커서 전략적 판단과 대비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G2’의 일원인 중국으로서는 대응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의 중미관계 변화는 그들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싫든 좋든 동아시아 각국은 중미관계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미 중미 패권경쟁의 각축장으로 변질된 동북아의 정치·경제·안보는 중미의 힘겨루기와 직결되어 있다. 게다가 한반도는 트럼프가 공언해 온 정책조정의 일차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 이후 중미관계의 향배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당선 직후의 축전에서 세계 평화·번영의 핵심인 중미관계의 안정이 중요하며, 신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존중과 협력의 중미관계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1114일의 전화 통화에서도 양국의 유일한 선택은 협력뿐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시 주석이 누차 강조한 것처럼 세계의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인 중미관계가 충돌할 경우 인류의 재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바마 정부가 외면했던 신형대국관계를 넌지시 다시 제안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홍콩의 한 일간지(South China Morning Post)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트럼프에 대한 중국인들의 지지도는 한국, 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 이유는 중국인들이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고 힐러리(Hillery Clinton)가 그 주역이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가 세계전략 차원에서 미국의 신고립주의와 안보적 역할의 축소 조정을 강조하면서 주한, 주일 미군의 규모와 주둔 비용 등을 문제 삼은 것도 중국에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한반도에서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미국의 거대한 견제전략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적 해석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경제적으로 트럼프의 등장을 도전적 측면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강한 미국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만성적인 무역 역조의 시정과 일자리 확대 필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심지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가하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당선 직후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무역총액이 연간 55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중미 경제관계의 본질은 상호이익과 윈-윈이며 미국은 중미 경제관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정부는 트럼프가 중미 경제관계를 편파적으로 진단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동시에 그들이 경제관련 국제규범 준수 등을 압박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 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 금융수단 등을 통해 미국의 공세에 반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은 트럼프가 선거 기간 중에 중구난방으로 제시했던 공약의 상당부분이 축소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경제자문을 담당했던 윌버 로스(Wilbur Ross)는 중국산 모든 제품에 45% 관세를 실제로 부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중미 양국의 정치·경제관계 이외에 트럼프의 당선이 대만문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만문제가 중미관계의 핵심 사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대 미국의 정권 변화과정을 회고해 보면 공화당 집권 이후 대만문제에 대한 중미의 대립이 고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대만문제에 대한 공화당, 민주당의 차별성은 점차 희석되었다. 따라서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당선 그 자체가 대만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발전을 통해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연미제중’(聯美制中) 전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차이 총통은 힐러리 후보가 중시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편승하여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을 추진함으로써 과도한 대 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국제적 활동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차이 총통의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 정부의 아시아정책과는 연계되기 어렵다. 물론 차이의 신남향정책은 경제적 의미보다 정치적 고려가 크고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적 이익이 양안 경제교류의 1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미 대만 내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제적 생존 공간을 확대하려는 차이의 대외전략이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중국으로서는 차이 총통이 취임 이후 하나의 중국에 대한 상호합의를 공식화한 ‘92공식의 준수를 공식 선언하지 않고 내심 대만의 독립·자주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힐러리보다는 트럼프의 등장이 대만문제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등장은 이미 전환기에 처한 중미관계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물론 아직은 그 변화의 구체적인 방향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 내에서도 과연 트럼프가 공약한 각종 대내외정책이 그대로 추진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 때문에 중미 양국의 주요 전문가들은 트럼프정부 출범 초기 중미관계가 기회와 위기의 병존 상황에서 보다 진보된 형태의 경제적 윈-윈을 모색하는 동시에 전략적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기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좀 더 살펴보면 우선 트럼프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축소조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중국은 그 틈새를 공략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아시아전략이 결코 미국의 기득권 포기가 아니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미일동맹 강화, 미러관계 개선, 북미대화 등을 무차별적으로 추진할 경우 중국의 대응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트럼프와 푸틴의 접근, 러일관계 개선 움직임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미 경제관계가 이미 고도로 상호의존적이어서 미국이 쉽게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보잉(Boeing) 항공기 구매 중단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처럼 미국의 일방적 경제압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시장을 중시하는 미국의 대기업 상당수가 중국 편에서 워싱턴 정가의 로비를 자임해왔다는 점도 트럼프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향후 중미 경제관계에서 중국에 유리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일례로 트럼프의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폐기 공약으로 중국이 추진하는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중미관계의 변화는 동북아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중미의 정치·안보·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한반도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황당한 국내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엄청난 대외적 시련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회를 수반하지 않는 위기는 없다. 문제는 숨어있는 기회를 찾아내어 갈고 닦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냉철한 사고와 혜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흥호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