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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새 총통 차이잉원…‘신남향정책’으로 중국 의존도 줄인다    
  Hit : 317, Date : 2016/05/30 13:29, Modify : 2016/05/30 13:30
대만 새 총통 차이잉원…‘신남향정책’으로 중국 의존도 줄인다

 당(唐)대 측천무후(則天武后) 이래 중화권 첫 여성 최고 지도자라는 차이잉원(蔡英文)이 20일 대만 총통으로 취임한다. 중국은 그를 ‘뼛속까지 대만독립주의자(臺獨分子)’라 평한다. 아니나 다를까 취임식에선 독립 상징의 노래 ‘메이리다오(美麗島)’가 불릴 예정이다.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파고가 높아질 건 분명하다. 중국은 이미 대만 압박에 들어간 모양새다. 차이잉원은 점차 거세지는 양안 물살을 어떻게 헤칠 것인가.

 지난달 19일 벨기에 브뤼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 회의에 참석 중이던 대만 무역대표단이 쫓겨났다. 대만의 지위를 문제 삼아 회의장을 떠나란 중국의 항의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아프리카 케냐를 근거지로 삼아 중국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죄 행각을 벌여온 대만 국적의 금융 사기범 45명을 중국으로 추방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대만 당국은 “납치”라며 발끈했다. 하나 중국은 “중국의 일부인 대만의 주민을 중국으로 보낸 게 뭐가 문제냐”고 맞받아쳤다.
 지난 3월엔 대만의 얼마 안 되는 수교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의 소국 감비아가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손을 잡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대만의 1~2월 무역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이상 줄었다. 또 중국인의 대만 관광이 올해 2분기부터는 약 3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만의 국제적 생존 공간을 옥죄고 또 양안 교류를 위축시키는 중국의 강경한 행보가 노리는 건 무언가. 선발제인(先發制人)이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차이잉원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이다. 실력 행사를 통해 차이잉원을 길들이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

 중국이 대만을 향해 채찍만 꺼내 든 건 아니다. 당근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대만 업무 실무책임자인 장즈쥔(張志軍)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지난달 8일 허난(河南)성의 대표적인 대만 기업을 방문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 내 대만 기업들에 대해 특혜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또 중국에 와서 공부하는 1만여 대만 유학생에게도 중국 학생과 동일한 학비와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 대만 기업과 유학생은 양안 관계 발전의 두 축으로 꼽힌다. 이들을 우군(友軍)으로 만들기 위한 유화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인들은 양안 관계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찬반(贊反)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이 바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틈새를 제공한다.

 중국의 강온(强穩) 전략에 맞서는 차이잉원의 대응책은 무언가. 그에겐 두 명의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다. 바로 전임 총통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와 마보다 앞서 총통을 역임한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陳水扁) 등 두 사람이다.
 우선 마잉주가 주는 교훈을 보자. 2008년 총통이 된 마잉주는 2012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2014년 끝났다. 그해 3월 대만 대학생들이 대만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입법원(국회)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인 ‘해바라기운동(太陽花運動)’이 계기가 됐다. 당시 대만 국회가 중-대만 간 서비스무역협정을 비준하자 대학생 주축의 시위대는 “대만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국회를 점거했다. 2010년 양안 자유무역을 위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는 등 마잉주 집권 기간 내내 중국과의 전방위적인 교류 확대 정책을 폈지만 이 같은 양안 경협이 특정 계층과 대기업의 배만 불렸을 뿐 청년에겐 아무런 희망도 안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마잉주에 대한 지지도는 10%대로 급락했다.
 차이잉원으로선 중국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래서인가. 대선 기간 내내 차이가 외쳤던 구호 또한 ‘대만을 밝혀라(點亮臺灣)’였다. 대만의 존재와 존엄을 되살리자는 절절한 외침이다. 차이는 또 마잉주 정부가 ‘중국이 하나임을 인정하되 그 표기는 서로 다르게 한다(一中各表)’는 1992년의 합의(92共識) 정신을 위배했다고 비난한다. ‘하나의 중국(一中)’에 치우치느라 ‘서로 다르게 표현한다(各表)’는 입장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차이잉원의 이런 주장은 ‘대만인(Taiwanese)’으로서의 뿌리 깊은 내면 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차이의 독립 의식이 또 다른 반면교사인 천수이볜처럼 급격한 독립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2000년부터 8년간 집권한 천수이볜은 대만이 엄연한 독립국가로 중국과 대등하다는 양국론(兩國論)을 급진적으로 펼쳤다. 결과는 중국이 대만에 즉각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반(反)국가분열법’을 제정케 하는 역풍(逆風)을 초래했다. 또 당시 양안 관계의 안정을 바라던 미국으로부터 대만해협의 평화를 깨뜨리는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천수이볜 정권의 몰락 과정을 지켜본 차이는 대만 독립이 결코 말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연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벗어나는 행보엔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차이는 이제 마잉주와 천수이볜을 양극단으로 하는 범위 안에서 최적의 좌표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차이잉원은 어떤 대륙정책을 취할까. 우선 마잉주 정권의 실패를 가져온 양안 경협의 이득이 특정 계층이나 기업에만 돌아가던 불합리한 구조를 혁신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 ‘양안감독조례(兩岸監督條例)’를 제정해 양안 교류협력 전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탈피하는 노력도 펼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압박에는 중국 의존도 탈피로 맞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차이잉원이 외교정책 기조로 설정한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을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동남아 투자를 늘리는 과거의 남진정책(南進政策)에서 벗어나 동남아 국가들과의 다원적·다층적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을 줄이려는 새 전략이다.
 새로 출범하는 차이잉원 정부의 고민은 중국이 내미는 당근을 덥석 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무차별적으로 내려치는 채찍을 오랫동안 견딜 만한 맷집 또한 없다는 점이다. 한데 여기에 한줄기 희망의 동풍(東風)이 불고 있다. 바로 미국이다. 대만의 정체성 강화를 위해 중국과 적당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비현실적인 독립 주장을 자제하는 차이의 노선이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79년 대만과의 단교 직후 제정한 ‘대만관계법(TRA)’을 근거로 대량의 무기 판매 등 대만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미국의 이러한 이중 전략은 중·미 관계가 좋을 땐 별 마찰 없이 유지될 수 있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미국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미국의 간섭을 감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변하고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무대로 한 중국의 ‘해양굴기(海洋?起)’를 제어하기 위해 대만 카드의 재정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이 남중국해에서 둘째로 크고 1200m 활주로까지 갖춘 타이핑다오(太平島)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전략 속에서 독립 성향의 민진당 후보는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문제아’가 아니라 유용한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차이잉원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의 ‘친절한 조언’을 구할 것이다. 시진핑이 지난 4월 초 미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건 차이잉원 정권 출범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미·대만 관계에 대한 경고다.
한편 일본도 대만 문제에 대해 호시탐탐 훈수를 두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반 세기 동안 식민 통치한 대만을 가장 잘 안다고 자신한다. 차이잉원 또한 민진당 원로 셰창팅(謝長廷)을 주일 대표로 내정하며 대일 관계 중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대만해협에 드리운 미국의 그림자를 생각하며 한반도를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남북한 화해협력이 한창일 때 그들은 우리를 부러워했다. 지금은 어떤가. 그들은 통일과 독립 문제를 놓고 반목하면서도 경제적 윈윈의 경계를 확대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최근 130㎞에 달하는 대만해협의 해저고속철도 건설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를 대만 해방을 위한 ‘남침 땅굴’로 인식하는 대만인은 아무도 없다. 북핵(北核)으로 모든 교류와 협력이 올스톱된 한반도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출처: 중앙일보] [차이나 인사이트] 대만 새 총통 차이잉원…‘신남향정책’으로 중국 의존도 줄인다. 2016.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