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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의 재집권과 대만·중국·미국 삼각관계의 향배    
  Hit : 448, Date : 2016/03/07 12:54, Modify : 2016/03/07 12:58

민진당의 재집권과 대만·중국·미국 삼각관계의 향배

                                                                                                                      

  

차이잉원(蔡英文)의 압승으로 대만 민진당이 재집권했다. 국민당의 장기 독재를 종식시키며 등장했던 천수이볜(陳水扁) 정부 이후 8년만이다. 겉으론 별 존재감 없는 대만의 의례적 정권교체일 뿐이나 그 내면은 간단치 않다. 대만정국의 주역인 민진당과 국민당의 관계는 대만해협 양안’(兩岸)의 미묘한 관계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안관계에는 청일전쟁 이후 복잡다단했던 중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라니 담겨 있다. 게다가 국민당과 공산당의 혁명전쟁 시기부터 깊이 관여한 미국은 지금도 대만문제와 양안관계를 움직이는 큰 손이다. 미국의 개입은 대만문제를 국제화시켰으며 향후 중·미 패권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주목하여 차이잉원 집권기 대만의 대내외정책 변화 방향과 그와 연계된 대만·중국·미국의 애증(愛憎)’의 삼각관계를 전망해 본다.

우선 차이잉원 정부는 정치적 관계에서 ‘92공식’(92共識)을 수용하되 대만의 존재와 자주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현 상황에서 양안관계의 철칙인 하나의 중국부정은 불가능하다. 이는 곧 대만독립’(臺獨)을 의미하며 중국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천수이볜 정부의 몰락과정에서 차이는 대만독립이 말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따라서 차이는 독립에 대한 열망을 내면화하면서 대만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차이가 대선 구호로 내걸었던 대만을 밝혀라’(點亮臺灣)는 점점 희미해지는 대만의 존재와 존엄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외침이다. 사실 차이는 마잉주-시진핑의 싱가포르 회담 등 국민당과 공산당의 회담을 민진당의 득세를 억제하고 열세인 국민당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야합으로 폄하했다. 또한 ‘92공식의 핵심인 일중각표’(一中各表), 즉 중국이 하나임을 인정하되 그 표기는 서로 다르게한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마잉주 정부가 일중에 편향되어 각표의 의미를 스스로 버렸다고 맹비난했다.

물론 차이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불순한 접촉으로 양안관계가 국공관계로 변질되었다고 비난하면서도 중국과의 정치적 접촉을 배제하진 않을 것이다. 중국도 민진당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을 다독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985년 이후 무려 17년간 대만과 마주보는 푸젠성(福建省)에 근무하며 양안의 현실을 꿰고 있는 시진핑 입장에서 민진당의 정치적 비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 시진핑은 마잉주에게 대만의 각 당파(黨派)가 과거 어떤 주장을 했던 간에 ‘92공식을 승인하는 한 그들과 교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차이 집권기에도 양안의 정치적 접촉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한편 차이 정부는 양안경협에 대한 감독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경협 과정의 불투명성과 성과의 편중 문제였다. 특히 대만경제가 1%의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침체국면에서 양안경협의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은 결국 국민당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차이의 주장을 중심으로 향후 양안경협 추이를 전망해보면 첫째, 양안경협을 전반적으로 규제할 감독기제’(監督機制)를 운용할 것이다. 실제로 차이 후보는 차기 국회의 최우선 법안으로 양안감독조례’(兩岸監督條例) 제정을 약속했다. 둘째, 양안경협의 성과를 특정 조직, 기업이 독식하는 현상을 시정할 것이다. 이는 국민당 집권기의 불공정, 특권화 현상을 개선하고 특히 농어업 등 양안경협에서 소외된 분야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구조 조정과 함께 경제다변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다. 또한 2010년 체결한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후속 절차인 서비스무역 관련 협정을 보다 완화된 형태로 추진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대만 청년층의 반국민당 정서를 급격하게 확산시키고 급기야 해바라기 운동으로 불린 국회 점거 농성을 초래한 민감 사안이기 때문이다.

양안관계 이외에 차이 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동아시아 정세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대만문제의 특징은 미국 요인이 깊숙이 개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원칙을 공식 승인하면서도 내심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이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현상유지 하에서 대만과의 비공식적 관계를 심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관계법’(TRA)을 근거로 대만에 대한 대규모의 무기판매 등 비공식적 관계 이상으로 대만문제에 개입해왔다. 대만도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대미관계에 외교의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의 이런 이중전략은 중·미관계가 협력에 무게를 두던 시기에는 큰 무리 없이 유지될 수 있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문제를 자극할 때마다 분노하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미국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미국의 주제넘은 간섭을 감내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공세적인 대외전략을 추진하고 미국이 이를 견제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변화하고 있다. 공교롭게 이번 대선은 미국의 전략이 변화하는 미묘한 시점에 치러졌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미국은 중국과 함께 마잉주를 노골적으로 지지했고 그 결과 차이가 패할 수밖에 없었다. 대만 대선에서 미국과 중국이 모두 지지하는 후보를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전략이 이처럼 급속하게 변화한 이유는 첫째, 차이잉원이 과거의 민진당 후보들과 다르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국민당 후보는 친미, 현상유지를 원하는 반면 민진당 후보는 반미, 독립성향이라는 구분도 모호해졌다. 더욱이 차이는 천수이볜처럼 무턱대고 대만독립을 주장하지 않으며 2015년 방미과정에서 자신의 온건, 친미 이미지를 과시했다. 둘째, 마잉주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차이의 지지도가 월등해서 국민당 후보의 추격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셋째, 남중국해 도서의 군사용 활주로 건설 등 중국의 해양굴기’(海洋崛起)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양안의 긴장수준을 적절히 높여 대만카드의 효용성을 제고하려 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전략 속에서 대만은 영원히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며 독립 성향의 민진당 후보도 문제아가 아니라 쓸모 있는 조력자다. 물론 차이잉원 정부의 대미관계 강화는 중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며 미국도 대만의 접근을 무조건 수용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견제 필요성이 점증할수록 대만문제가 중·미관계의 갈등 요인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다. 특히 50년의 식민통치 경험과 대만인들의 독특한 친일 정서에 기대어 호시탐탐 개입 기회를 엿보는 일본이 합세할 경우 대만문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것이다.

결국 차이잉원 정부 출범 이후 대만·중국·미국의 삼각관계는 반목과 화해, 갈등과 협력이 반복되면서 마찰이 잦아질 것이다. 다행이 삼각관계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전략적 한계와 국익의 소재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과 양안교류의 단절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 이는 민진당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실현 불가능한 통일과 독립에 집착하기보다는 우선 상생공영의 길을 택할 것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것이 결코 대만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니고,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중국과 대만의 기 싸움과 그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미국의 이중전략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 Chindia plus(포스코경영연구원), March 2016 >